7월 중순, 방향을 하나 바꿨습니다. 이 도구를 저만 쓰는 게 아니라 다른 목회자도 쓸 수 있게 만들기로 했습니다.
왜 바꿨나
제 설교 준비 시간이 실제로 줄었습니다. 본문 배경을 찾고 주석을 뒤지던 시간이 짧아졌고, 그렇게 아낀 시간을 본문 자체에 더 썼습니다.
그러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. 저만 이렇겠습니까. 자료를 갖고 있어도 시간이 없어 못 뒤지는 목회자가 많습니다. 특히 작은 교회 목회자는 행정·심방·교육까지 혼자 감당합니다.
그래서 제가 먼저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. 제가 매일 쓰지 않는 기능은 남에게 권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. 이 원칙 덕분에 "있으면 좋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안 쓰는" 기능을 여럿 덜어냈습니다.
그런데 남에게 주려니 다른 것들이 보였습니다
혼자 쓸 때는 아무 문제가 없던 것들이 문제가 됐습니다.
자료가 뒤죽박죽이었습니다. 제 서재는 제가 아니면 못 찾습니다. 파일 이름에 규칙이 없고, 같은 자료가 여러 곳에 있고, 어느 것이 최신인지 저만 압니다. 저만 쓸 때는 그게 불편이지만, 남이 쓰면 그건 결함입니다.
"이건 무슨 자료인가"를 기계가 알 수 없었습니다. 사람이 열어 보면 아는 것을, 기계는 파일 이름만 보고 판단합니다. 그래서 자료마다 머리에 정보를 붙이는 규약을 만들었습니다 — 종류·주제·상태·출처. 4,000개가 넘는 파일에 그 정보를 붙였습니다.
정리하다 원본을 잃지 않는 법
여기서 제가 겁을 낸 부분이 있습니다. 정리는 파괴의 다른 이름이기 쉽습니다.
한 번은 정리 범위를 넓게 잡았다가 되돌렸습니다. 문서 폴더 전체를 손보겠다고 했는데, 생각해 보니 그건 필요 이상이었습니다. 범위를 서재 하나로 좁혔습니다. 넓게 손대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을 건드리게 됩니다.
그리고 규칙을 세웠습니다.
- 옮기고 이름을 바꾸는 것까지만. 지우는 것은 별도 판단으로 미룹니다.
- 원본은 그대로 두고 사본에 표시를 붙입니다.
- 같은 정리를 두 번 돌려도 결과가 같아야 합니다(그렇지 않으면 한 번 더 돌릴 때마다 조금씩 망가집니다).
- 정리 뒤에는 개수를 셉니다. 몇 개가 들어왔고 몇 개가 남았는지 맞지 않으면 멈춥니다.
이 규칙들이 나중에 훨씬 큰 정리(다음 화)를 할 때 저를 구했습니다.
남은 원칙
나에게만 되는 것은 도구가 아니라 습관입니다.
혼자 쓸 때 잘 돌아가는 것은 대개 제 머릿속 지식이 빈칸을 메우고 있어서입니다. 그 빈칸이 남에게는 벽입니다. 남에게 주려고 하면 그 빈칸이 전부 드러나고, 그걸 메우는 과정에서 도구가 실제로 튼튼해집니다.
그리고 하나 더. 정리할 때는 범위를 좁히고, 지우지 않고, 세어 봅니다.
다음 화가 마지막입니다. 10만 자짜리 책을 열어 보니 한 글자도 없었던 이야기, 그리고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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